포르투갈 가톨릭,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 4815명…“빙산의 일각”
포르투갈의 가톨릭 주교회의 대표인 호세 오르넬라스 주교(가운데)가 13일(현지시각) 리스본에서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리스본/AP 연합뉴스
사진출처: https://www.hani.co.kr/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는 신앙의 결속을 강화하고 청년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성 학대 문제와 이를 둘러싼 미온적인 대응을 고려할 때,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러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축제의 의미를 상실할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이 크다.
포르투갈 가톨릭 교회는 성 학대 문제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결과로 심각한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 피해자들은 어린 시절 성직자들로부터 학대를 당했으며, 조사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20년까지 피해자는 최소 4815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기는커녕, 가해자로 지목된 성직자들의 정직조차 망설였고, 배상금 지급도 법적 판결을 기다리겠다며 시간을 끌었다. 게다가 피해자를 기억하고 기리기 위한 기림비 건립 약속조차 최근 백지화되었으며, 이는 교회가 여전히 문제를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고, 교회의 위선적인 태도를 더욱 부각시킬 뿐이다.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서 교회의 책임을 요구하는 동안, 성직자들과 신도들이 모여 신앙을 축하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결코 긍정적으로 비춰지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 지지단체가 리스본 곳곳에 "포르투갈에서 48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가톨릭 교회에 학대당했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시한 것만 보더라도, 이번 세계청년대회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사가 신앙 공동체의 일체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존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을 넘어,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세계청년대회는 수많은 청년들과 성직자가 교류하는 대규모 행사로, 적절한 관리와 책임 의식이 결여된다면 부적절한 권력 관계와 신뢰를 악용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교회 내 성 학대 문제의 핵심은 구조적인 권력 남용과 은폐에서 비롯되었으며, 대규모 행사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쉽게 드러내는 환경을 제공할 뿐이다.
또한, 성 학대 피해에 대한 교회의 대응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에서 축제에 참석한 청년들이 교회에 대한 신뢰를 잃거나 잘못된 메시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도 축제는 가능하다"는 암묵적 메시지는 교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정당화하며, 피해자는 물론 청년들의 신앙과 교회에 대한 기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 교회가 해야 할 일은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는 축제가 아니라,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려는 진정한 행동이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다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 개혁을 실행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위험이 있는 무책임한 행위일 뿐이다.